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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겨울을 시작하는 독일 등불축제 st.martin (장마틴)

by 독일사는친구 202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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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11월 11일, 독일과 유럽에서는 장 마틴(st.martin 독일식 발음) 행사가 열린다.
로마군이었던 마틴이 추운 겨울 거지에게 자신의 망토 절반을 내어준 일화를 기리며 나눔과 이웃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로 장 마틴이 죽은 11월 11일을 기념하고 있다. 세인트 마틴(장 마틴)을 기념하는 것과 함께 한 해의 농사가 모두 끝이 나는 시기이기에 이를 축하하는 의미도 있다. 기독교의 행사이지만 유럽인들의 오래된 기념일로 남아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이날은 학교와 유치원에서 등불을 들고 주변을 돌며 행진한다. 장마틴은 곧 겨울 등불축제를 의미한다.


서머타임이 끝나고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될 때라 오후 5시면 해가 완벽하게 지기 때문에 늦지 않은 시간에도 밤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의 유치원은 교회단체에서 운영하고 있기에 이런 기념일에는 크게 행사를 연다.
아이들의 연극과 합창, 예배 같은 행사가 있고 음식도 나눠 먹으며 학부모들과 교류하기도 한다.
이날은 동네 어르신, 유치원에 다니지 않지만 주변에 사는 아이들 모두 경계 없이 함께 어울리는 날이라 동네 사람들과의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보통 장 마틴에 사용하는 등불은 집에서 직접 만드는데, 축제에 가면 이 등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 역시 3년 차 등불을 손수 제작하고 있는데, 매해 아이디어 고갈로 가장 큰 고민을 하지만 완성된 등불을 보고 있으면 내 전공 공부가 쓸모없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다.



올해 내가 만든 등불은 딱히 모양을 만들지는 않았고 집에 있는 재료 안에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가지고 있는 재료들이 중구난방이라 도대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구글링으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서칭 한 물고기를 만들어볼까 하고 물고기 비닐을 하나하나 만들어 붙였는데 사각형 등불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며, 장 마틴 실루엣으로 남은 면을 꾸몄다.

 


당일에는 교회를 크게 한 바퀴 돌고 소시지와 글뤼바인 음식을 나눠 먹는다.
요즘 물가에 소시지와 브로췐이 2.5유로라는 것! 이거야말로 종교의 나눔의 의미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인가?!
사실 이 음식을 준비하고 판매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로 진행되는데, 음식을 판 돈으로 유치원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일종의 기부금 형태이다.
우리는 셋을 사서 네 개의 값을 지불하기도 하고 팁으로 돈을 더 내기도 한다. 우리가 이 유치원을 통해 받은 것이 많고 애정이 많기 때문에 이런 기부 행사에는 언제나 더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서도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유치원 소속의 호어트(방과후학교)를 이곳으로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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